요즘 룩북 사진 들춰보면 소매 단추를 풀어헤치고 찍은 게 부지기수다. 손목이 시원하게 드러나면 손이 길어 보인다고들 하는데, 그건 팔뚝이 얇은 사람 얘기지 웨투둥 바디에는 해당 사항 없는 미학이다. 옛날에는 셔츠룸 촬영이라 하면 무조건 커프스 단추를 다 잠그고 시작했다. 양복 저지가 핏을 잡아주기 때문에 소매가 풀려도 어색함이 없었고, 손목 라인이 깔끔하게 떨어져야지만 정장이 살아났던 시절이다. 지금은 그런 거 다 무시하고 러프함을 무기로 밀어붙이는데, 룩북이라는 게 옷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손목 맥박을 찍기 위함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장단을 맞추려면 소매 단추를 다 잠근 컷 등을 룩북에 남겨야 정통 스타일링의 기준이 선다.
셔츠를 입을 때 채워야 할 단추의 순서를 아는 사람도 요즘에는 드문데, 목 뒷덜미가 두꺼운 체형이라면 윗 단추를 잠그기 전에 반드시 너클 단추부터 조인 다음 몸통을 잡아야 주름이 배가 쪽으로 몰리지 않는다. 허리 다트가 들어간 슬림 핏을 소화할 때도 이 순서를 지키면 아랫단이 퍼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고, 룩북 제작자가 찍어내는 사진에 거부감 없이 닿으려면 기본기가 전제되어야 하는 법이다. 소매 끝을 말아 올리는 스타일을 시도할 때도 단추를 풀기 전에 양쪽 커프스 길이가 같은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비대칭이 나지 않고 사진에 담겨도 치명적인 오점이 남지 않는다.
루즈핏 바람이 불면서 길이가 긴 셔츠가 판을 치는데, 허리 라인이 사라진 핏은 사진 상에서 회사의 의도를 감추기 마련이다. 룩북이란 옷의 실루엣과 디테일을 한눈에 밝히는 매체인데, 스트리트 감성을 주입하겠다고 칼라 밑단까지 늘어트리면 정작 셔츠가 가진 본래의 매력은 증발하고 없다는 게 문제다. 옛날에는 어깨 피치와 가슴둘레가 정확히 어울리는 스펙을 위해 룩북 모델마다 계측부터 실시했다. 칼라 벌어짐을 보완하기 위해 미세한 간격 조절 장치를 달거나 단추 위치를 변경하는 식으로 정밀하게 세팅을 끝낸 뒤에야 셔츠룸의 깊은 맛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요즘 것들은 그런 공정 다 생략하고 대충 걸쳐 찍으면 그게 자연스러운 인간미라고 우긴다. 진짜 자연스러움이란 세팅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지, 세팅 자체를 포기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셔츠룸 스타일링 사진을 볼 때는 칼라 끝이 어깨선보다 얼마나 바깥으로 빠져나갔는지를 먼저 측정해야 한다. 칼라가 너무 바깥으로 튀어나가면 어깨가 좁아 보이는 원인이 되고, 양복 저지와의 레이어링에서 불균형을 초래한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목 주변이 답답해지고 움직임이 둔해진다. 룩북에서 이 간격을 놓고 모델이 균형을 잡은 것인지, 브랜드가 자사 피팅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인지를 읽어내야 다음 셔츠를 고를 때 참고가 된다. 단순히 예쁜 사진 훑어보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라, 핏의 방향성을 분별하는 도구로 룩북을 취급하는 안목이 지금 시점에서 요구되는 바다.